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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정치와 ‘디지털 애도’의 시대: 온라인 추모 문화의 정치학

by bloggerds247-3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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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디지털 애도’의 시대: 온라인 추모 문화의 정치학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정치의 장(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양상은 단순히 선거 캠페인이나 정치적 정보 유통의 방식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죽음’과 ‘애도’의 방식조차 정치의 연장선에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시나요?

 

본 포스트에서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애도(Digital Mourning)’ 현상을 정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 온라인 애도, 새로운 공공 정치의 공간

과거에는 가족과 지인 중심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애도 행위가 이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집단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유명 인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수많은 이들이 SNS에 애도의 메시지를 남기며 그 인물의 삶과 사회적 유산을 공유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공공영역에서의 정치적 발화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이후 SNS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를 공유했습니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죽음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구조적 인종차별과 국가 폭력에 대한 집단적 문제 제기이자 정치적 저항이었습니다.

🧠 디지털 애도의 정치적 이중성

그렇다면 디지털 애도는 언제나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기능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부 경우에는 애도가 정치적 동원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특정 이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어떤 정치적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부는 그 인물을 영웅화하며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반면 다른 집단은 이를 왜곡된 내러티브로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애도는 때때로 진실과 허위, 연대와 분열, 민주성과 독점성 사이를 오가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형성합니다.

🌐 국가와 디지털 추모의 제도화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도 디지털 추모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온라인 국립묘지 추모관’을 통해 호국영령에 대한 디지털 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공식 기억과 집단 정체성 형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억의 정치(Memory Politics)와 맞닿아 있습니다. 누구를 기념하고, 어떤 죽음을 기억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이념적 방향성과 역사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일부 집단은 자신들의 ‘애도할 권리’가 박탈되었다고 느끼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 알고리즘과 감정의 정치화

SNS에서의 디지털 애도는 단순한 유저 간 감정 교류의 영역을 넘어,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광고 구조에 의해 정치화됩니다. 애도 콘텐츠에 붙는 ‘좋아요’ 수, 추천 알고리즘, 감정 중심 콘텐츠의 확산력 등은 정치적 감정 동원의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특정 집단은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여 애도와 연대를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즉, 디지털 애도는 정서의 네트워크화와 정치적 집결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 결론: 감정의 정치,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민주주의

우리는 더 이상 감정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애도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정체성과 이념, 권력과 기억이 교차하는 정치적 공간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감정적 참여를 어떻게 포용하고,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을지를 묻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정치학은 더 이상 법률과 제도, 투표와 정당만을 다루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 기억, 죽음, 그리고 애도조차도 정치적 사유의 중심에 위치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 디지털 애도의 시대 속에서 어떤 정치적 책임과 윤리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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